Travel2013. 2. 14. 00:00


긴 시간동안의 비행으로 인한 피로가 풀리기도 않았건만

약속이나 한 듯이 와이프와 함께 이른 시각에 눈을 떴다.


여행 한달전부터 뉴욕의 명소와 맛집 블로그를 정복하고, 전문 서적을 독파한 아내와 달리

1년간 뉴욕에서 지내봤다는 "어설픈" 자신감 하나만 믿고 있었던 나.


"오늘 어디 부터 갈꺼야?" 라는 말에

"일단 믿고 따라와" 라는 허세를 부렸건만

사실은 이 뻔뻔함을 당당함으로 덮어두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써야 했다.


숙소가 49번가에 위치하고 있었던터라 조금만 걸어서 타임스퀘어(Time Square)에 일단 가보기로 했다.

[Time Square]


라스베가스의 하루는 해질 무력부터 시작된다는 말은 사실 타임스퀘어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같은 공간이라해도 낮 시간대의 타임스퀘어 보다는 밤의 타임스퀘어가 훨씬 매력적이다.

서울 강남대로의 너비와 비슷한 크기의 이 거리 양쪽에 서있는 높은 빌딩들

그리고 그 빌딩을 수 놓고 있는 현란한 색상들의 개성있는 간판들

몇번을 생각해봐도 타임스퀘어의 매력은 밤에 발산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떠나기 전날 밤, 마지막 여정을 타임스퀘어에서 보내기로 와이프와 약속했다.


간단하게 스타벅스에서 모닝커피 한잔과 케익 두조각을 나눠 먹었다.

뉴욕에 지낼때도 정말 맛잇게 먹었던 바나나-레몬 케익과 초코 머핀을 와이프에게 소개했다.

한국에서도 판매하면 매일같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아쉽게도 팔지 않는다.



무척이나 날씨가 화창하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지하철이 있지만

그저 보고 걸으며 도시 그대로의 느낌을 느껴보는 비(非)기술적인 여행법이 아직은 더 좋다

남들 전부 디지털 카메라 살 때, 이젠 구하기도 힘든 필름 카메라로 불편하게 사진 찍는것도

내 여행법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걷다보니 어느새 50th st. Columbus Circle에 도착했다.




"Circle"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둥근 형태의 로터리를 중심으로 

워너브라더스(Warner Brothers)의 건물과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입구가 위치하고 있다.


각자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거리의 예술가들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등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맘속에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다.






가끔 외국 여행을 통해 느끼는 건데

그 곳의 광장문화가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노래하는 사람들, 춤추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잔디밭에 누워 있는 연인들,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

이 모든 이들이 아무것도 눈치볼 것 없이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는 공간이 외국의 광장문화라는 생각이다.


반면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광장 문화는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광장을 너무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기성세대들과

'평범함'의 범주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개성인들을 우리는 아직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세월이 좀 더 지나면 우리도 '진짜 광장'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게 되겠지.


[Plaza Hotel]


걷다보니 어느새 플라자 호텔(Plaza Hotel)에 도착했다.

영화 '나홀로 집에2'에서 케빈이 묶었던 그 숙소. 영화속 악역을 맡았던 지배인이 안에 있을 것만 같다.


조금 지친터라 호텔 앞 광장 벤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는 노부부를 보면서 30년 후의 우리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침착해 보이는 할머니 모습에 비해 할아버지는 아직도 개구장이 같은 모습이었다.

지금 우리 부부의 모습이 늘 그러한 것처럼.





플라자 호텔이 5th Ave.와 59th St.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어서

두 갈래의 길 중 어디를 먼저 갈지 결정해야 할 시간이다.


5th Ave.는 기네스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 (우리나라의 명동처럼)

그리고 59th St.부터 북쪽으로 100th St에 이르기까지는 뉴욕이 사랑하는 공원 Central Park이 자리잡고 있다.


첫날부터 여유롭게 공원 산책을 하기 보다는

뉴욕 건축과 거리를 보는 것이 좀 더 나을 것 같아 5th Ave.로 발걸음을 돌렸다.


---> 3부에 계속




Posted by June's Park